최재붕 저
우리가 스마트폰 탄생 이후 폰에 의해 파괴된 인간의 본질, 따뜻한 인간성, 인간관계의 상실 등 많은 부작용을 그렇게 비판했지만 결국은 스마트폰 기반의 문명이 새로운 인류의 표준으로 정착하고 말았습니다. AI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더 빠르고 더 충격적일 것도 분명합니다.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표준, 뉴노멀
일상부터 산업까지, 문명 생태계의 지각변동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주요 도시들의 오피스 공실률이 급격히 치솟은 것입니다. 미국 CBRE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29.4%에 이르렀고 LA도 20%를 넘었습니다.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자 상가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급격하게 줄었고, 이에 따라 상가도 철수하게 됩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가장 큰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이 고객 감소와 치안 위험을 이유로 2023년 8월에 개장 35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백화점이 나가는 마당에 오밀조밀한 상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상가와 오피스가 텅텅 비자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가 몰려들어 그야말로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시가총액이 알려주는 미래 기대치
냉정한 자본의 이동과 해외 빅테크의 10배 성장
2024년 1월 3일의 데이터를 볼까요. 정확히 4년 만에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넘어 3,776조 원이 되었고 MS도 3,600조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삼성전자도 오르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500조 원 언저리에 있습니다. 도요타도 320조 원 근처를 맴돌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넘사벽’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미래 성장의 기대치가 삼성전자에 비해 8배나 높아졌습니다. 반도체 1위 기업은 GPU로 수혜를 본 엔비디아가 차지했습니다. 무려 1,500조 원짜리 기업으로 급성장한 겁니다. 테슬라도 1,000조 원을 넘어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이던 아람코가 2020년 1월에 상장해서 세계 1위를 차지하더니 이제는 3위까지 내려섰습니다. 미래가 확정된 사우디의 엄청난 석유 매장량보다 아이폰의 미래 기대치를 더 높게 보고 있는 인류의 판단이 정말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테슬라입니다. 2003년에 설립한 테슬라가 엄청나게 큰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자동차산업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2019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20달러 밑에 머물렀던 테슬라의 주가는 무섭게 치솟기 시작합니다. 2023년 말에는 좀 내려서 2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은 1,000조 원을 넘습니다. 현대차가 시총 50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미래 기대치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랑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총을 합하면 약 100조 원인데 그 차이가 무려 10배가 넘습니다.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회사에 비해 광고비를 수조 원 줄였습니다. 또 판매 대리점도 거의 없습니다. 정식 스토어는 우리나라 전체에 달랑 7곳뿐입니다. 시승을 제공할 뿐 영업사원조차 많지 않습니다. 수백 곳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현대차와 비교하면 수조 원에 이르는 운영비용을 또 절감할 수 있죠. 오직 디지털 인류만 상대하는 전략으로 이렇게 큰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000조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제 시총 2,000조 원을 넘는 기업이 무려 6개나 됩니다(2024년 2월 15일 기준)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AI
이번에는 2024년 4월 2일로 가보겠습니다. 주목할 것은 생성형 AI의 위력입니다. 불과 세 달 만에 MS가 큰 차이로 앞서며 시총 1위에 올랐습니다. 4,264조 원이라니 무시무시합니다. 이제 드디어 코스피 전체 시총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큰 기업이 나왔네요. 미래 기대치라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MS는 거의 20%의 큰 차이로 애플(3,549조 원)을 밀어내고 10년 만에 세계 1위로 복귀했습니다. 챗GPT를 집어삼킨 MS에 대한 미래 기대치입니다. 애플이 폭락한 건 생성형 AI에 대한 전략 부재 탓이라고 합니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이미 215조 원(2024년 4월 2일 기준)을 훌쩍 넘었습니다. 미래 기대치가 현대자동차의 4배네요. 우리에게는 없는 미래 기대치입니다.
에어비앤비는 139조 원 기업(2024년 4월 2일 기준)으로 성장했죠. 반면 호텔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10년간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